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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릭 오어 트릿!

w. 듐륨 (@dyum_ryum)

" 벌써 다음 주면 할로윈이네. "

" 시간 참 빠르네. "

언제부터 함께였는지 모를 달력이 곧 다음 주가 할로윈데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공룡이 이날을 헛되이 넘기지 않을 것이란 거다.

" ... 그럼 우리 할로윈에 동아리실에서 분장할까? "

" 난 상관없는데, 여기 이 사람 깨우고 의견 물어봐. "

공룡이 책상에 엎어져 곤히 자는 덕개의 어깨를 흔들고서 깨우기 시작했다. 잠자는 호랑이의 코털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말을 이미 알고 있지만 잠자는 강아지니까 상관없을 거라 생각했다.

" 덕개야, 덕개야! 일어나봐! "

아직 잠에 취한 듯이 천천히 일어났다.

" 뭔데... "

" 우리 다음 주 할로윈데이 때 같이 분장하는 거 어때? "

우수에 가득 찬 눈빛이다. 저 눈빛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어차피 거절해도 하게 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덕개가 한숨을 쉬곤 마지못해 말했다.

" 으휴... 알겠어 "

" 예스~ 그럼 수현 쌤한테도 물어봐야겠다! "

...

" 음... 재밌어 보이네! "

엄청난 계획을 들은 수현이 나쁘지 않다는 투로 말했다. 그날은 시간이 남는 것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동아리 활동을 해오면서 할로윈을 크게 챙긴 적이 별로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 그럼 우리 다음 주 할로윈에 동아리실에서 모이는 거다~ "

" 라더가 잠뜰이한테 말해놔~ "

여전히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짓고 있다. 언젠가의 작은 행사가 무척이나 기대되는 모양. 분장할 옷은 수현이 준비해 오기로 했다. 수현이 옷을 늘어놓으면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서 입는 형식.

" 오... 웬일로 재밌어 보이는 걸 공룡 선배가 생각했대? "

" 뭐... 그래서 다음 주에 모이래. "

" 알겠어, 좀 기대된다. "

라고 말한 뒤, 살짝 입꼬리를 들어 올려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느새 많은 시간이 흐르고 당일이 되었다. 수현이 커다란 박스를 두 손에 한 아름 품고 동아리실에 들어왔고, 아이들도 곧 따라 들어오기 시작했다.

 

" 우와~ 쌤! 그게 옷이에요? "

" 응~ 너희 수에 맞춰서 가져왔어 "

박스를 열어보니 여러 옷이 담긴 채로 반겨주었다. 유령부터 해서 뱀파이어와 악마, 마법사까지 들어가 있었다.

먼저 공룡이 손을 뻗어서 유령 옷을 집었다.

" 이거 찜! "

그다음은 잠뜰이 뱀파이어, 라더가 악마를 집어 갔다.

" 덕개 선배, 마법사 가져가세요 "

잠뜰이 덕개에게 마법사 망토와 모자를 건넸다.

" 나쁘지 않네. "

모자와 망토를 장착한 덕개는 조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하지만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 공룡아 나와라 "

" 앗, 맞다. 에이~ 아쉬워라. "

하얀 천에 검은 콩알 같은 점 세 개가 찍힌 유령 옷은 다른 사람을 놀라게 하기에 적합했지만 마음을 꿰뚫는 사람에게는 통하지 않는 법. 뒤에서 악동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그 소릴 누가 모른 척할까. 대부분의 사람이 신경 쓰일 것이 뻔하다. 공룡은 그래서 들켜버렸고.

" ㅋㅋㅋㅋ 라더 잘 어울린다! "

라더는 악마 뿔 머리띠에 악마를 표현할 수 있는 밑이 지그재그로 잘린 빨간 겉옷을 걸쳤다. 그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렸고, 라더 본인도 오른손에 악마 지팡이를 들고 자기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그 옆에 서 있는 잠뜰은 뱀파이어 겉옷만 걸쳤는데도 괜찮은 느낌이었다. 겉은 새까만 검은색, 속은 새빨간 색으로 되어 있는 백작 같은 옷이다. 마치 할로윈에서 자주 본 듯한 비주얼이었다.

" 너희가 다 마음에 들어 하니까 기분 좋네~ "

수현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이 저마다 옷을 입은 자신들을 둘러보고 서로 장난도 치는 모습이 수현에게는 나름대로 힐링이 되었다. 모두가 좋아해 줘서 다행이다. 라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감정. 뿌듯함이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그 감정이 만족스러웠다.

" 쌤! 혹시 국장님은 지금 뭐 하세요? "

공룡이 수현에게 달려와 물어보았다.

" 국장님? 일하고 계시지 않으실까? 그런데 왜? "

" 국장님 사무실에 가보는 건 어때요? 국장님 놀래켜주기! "

" 그... 그래도 국장님은 바쁜 사람이실 텐데... "

사실 공룡도 이미 알고 있었다. 국장님은 자신의 업무 일로 바빴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늘 그래왔다. 하지만 이렇게 즐기는 날일수록 항상 바빠 보이는 국장님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공룡의 취지이다.

" 국장님 항상 바빠 보이셨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가서 약간 힘이 되어드리는 거예요! "

" 흠... 덕개랑 잠뜰이랑 라더는 어때? "

" 괜찮은 것 같은데요. "

" ... 저도 "

" 저도요! "

" ...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

라더의 말이 끝나자마자 공룡이 주머니 안에서 파란 나침반을 꺼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말했다.

" 하나... 둘... 셋! "

감은 눈을 뜬 뒤 앞에 펼쳐진 풍경은 각별 국장의 개인 사무실이었다. 마침 서류 정리를 하려고 서류를 들었던 손이 멈춘 각별이 초능력 세계 여행 일행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 여긴 어쩐 일입니까? 그 옷차림은 또... "

" 국장님 트릭 오어 트릿~ "

잠뜰이 먼저 선창하고 다 같이 '트릭 오어 트릿'을 외쳤다. 각별은 그제야 오늘이 할로윈데이라는 것을 알아챈 모습이었다.

" 아이들이 할로윈에 국장님이랑 함께하고 싶다고 해서... 잠깐 데려왔습니다. "

수현이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각별은 약간 미소를 지었다. 어찌나 기특했는지 모른다. 오늘이 할로윈인지도 모르고 바쁘게 살았던 각별에게 작고 밝은 빛들이 내려와서 각별을 감싸주었다. 자신을 위해 준비하고 눈앞에 나타나 준 아이들에게 정말 고맙다는 감정이 조금씩 부풀었다.

 

행복이란 건 항상 가까이에 있다는 말이 옳았다. 인간은 멀리 있는 큰 행복만 바라보고 주위에 가득 쌓인 작은 행복을 보지 못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행복이라는 이름을 가진 맑은 하늘을 보기 위해서는 고개를 위로 들어서 하늘을 보면 되는 것인데 나는 그런 간단한 방법도 실천하지 못하고 내 앞의 목표만 향해서 쉴 틈 없이 걷고, 또 걸었다. 누구나 휴식은 필요하다. 한다는 욕구가 하나둘씩 마음에 자리 잡아서 서로 부딪혀서 싸우고 그 마음의 주인이 과부하가 되기 전에 본인의 마음을 추스르고 하늘을 바라본 다음 진정이 됐다 싶을 때,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이 시간이 내가 쉬는 시간이다, 라고 믿기로 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들에게 응답해주기로 했다.

 

" 트릭 오어 트릿입니다. "

각별이 웃으며 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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